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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한달만에) 코테 준비 가능한가요?"에 대한 조언(w/1월 회고)회고 2023. 2. 22. 15:44
1월을 돌아보는 시간을 왜 이제 가지냐고 지금 2월도 다 갔는데...는 이전에 함께 스터디를 했던 주중님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셨기 때문이다.
마침 '싸피 가셨다고 했었는데... 요즘은 뭐하고 사시는지 궁금하네' 라고 생각하자마자 어제 달린 따끈따끈한 댓글이 달려있던 것이다.
안 그래도 매일 블로그를 열어보며 뭐라도 적어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더랬다.
뭘 하면서 바쁘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조금 늘어놔보자.
1월은 딱 하나에만 집중한 기간이었다. 사실 1월 뿐만 아니라 2월 중순, 그니까 지난주까지도 집중하는 기간이었다. 그래서 뭘했냐면.
코테 준비 했다.
나는 기존에 기본적인 입출력 정도는 무난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프로그래머스로 치면 0~1Lv, 백준으로 치면 실버 4쯤). 알고리즘 스터디를 하긴 했지만, 그건 알고리즘 천재분들의 하드캐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장담하는데 그때 혼자였으면 백퍼 시간만 낭비했다).
내가 짤 줄은 모르지만 개념 정도는 아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 정도면 됐지 뭐. 나는 코테 안 보는 회사로 갈 거야'라는 근거 없는 미친 생각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아무데나 갈 생각이 없었던 나는, 이제 진짜 취준을 미뤄선 안되는 시점에 와서야 멘붕에 빠졌다.
코테를 보지 않으면 면접을 보러갈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걸 그때 가서야 알았다. 나와 같은 취준생이 있다면, 본인만의 생각에 빠져있는건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면접 가서 잘 할 수 있다고? 아무도 널 봐주지 않는다. 착각하지 말자. 누구라도 들어본 적 있는 사이드프로젝트 경험이 있는게 아니라면, 당신 이름 석자만으로 당신이란 사람을 궁금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는 생각을 나는 그제나 가서야 자기객관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고민이 엄청 됐다. 난 지금 나이도 개많은데, 지금부터 코테를 준비하면 취직은 언제 하지? 그 사이에 나이도 한 살 더 먹을텐데?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코테 준비는 시간도 엄청 오래 든다고 했는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게 바로 작년 말. 나는 연말을 이런 뒤숭숭한 생각을 하며, 귤 까먹으며, 마무리 했던 것이다.
미친 생각은 가능하면 하지 마세요.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싶지 않으면 미친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난 이미 삼십 넘어서 개발자가 되겠다고 개발 공부를 시작한 미친놈. 미친놈에게는 미친놈만의 전략이 있다, 그런 생각으로 코테 뿌수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예상한 총 소요 기간은 1개월. 그 중 처음 2주 간은 코테 카테고리를 전체 한 번 돌기로 했다. 빈출 문제/카테고리만 파기에는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허들이 꽤나 높았기 때문에 일단 알아는 두자는 생각을 했다.
체력도, 앞서서 코로나 후유증으로 겔겔대면서 그나마 푹 쉬었던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전속력 오래달리기를 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회복되어 있었다.
자료구조(배열, 스택, 큐, 덱, 힙 등등...), 완탐, 구현, 기초적인 그리디, 재귀, 백트래킹, 정렬, 동적계획법, 이분탐색
이 정도를 2주간 진행하려고 했다. 쉬운 부분은 두 파트, 어려운 부분이면 한 파트씩 하루 안에 끝내면 된다.
다 돌고 나서 나머지 2주 동안은 실제 기출 문제 수준의(여러 알고리즘이 조합된) 문제들을 풀어보려고 했다.이 글을 보는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99명이 이 부분에서 '개소리'라고 생각하거나 이미 닫기를 눌렀을 거란 걸 안다.
왜냐면 이젠 나도 어엿한 99명 중의 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컴퓨터 천재 혹은 인간 챗지피티가 아니라면, 재귀 || 백트래킹 돌 때 즈음 2주는 끝난다. 하지만...
골드 가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2주 걸린다. 백트래킹을 열심히 풀고 있을 즈음 골드에 진입했었다. 재능이 특별해서는 아닌게, 나는 표준편차의 중앙을 밑도는 평범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 농담으로도 머리 좋단 이야기는 해본 적 없지만, 골드 가는 건 노력으로 해결이 되는 수준이다.
끈기있게 풀긴 해야한다. 그 짧은 시간에도 손목과 목에 신경관절계 통증이 찾아올 수 있다. 백준 채점 서버가 틀렸습니다 틀렸습니다를 반복해서 뱉다가 또 틀렸습니다 또또또 라고 나를 채근하는 환시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백준 시작하자마자 루비를 풀어제끼는 기만적 골드 가기가 아니라, 내 난이도에 맞는 문제를 풀면서도 2주면 골드에 갈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유일한 준비물은 노트북 충전기, 그리고 아무리 틀려도 절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아 그리고, 모든 무리한 일정이 그렇듯 급격한 스트레스성 탈모가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용기도 한 줌 필요하다.
그렇다고 2주만에(혹은 한달만에) 코테 준비가 된다는게 아니야
솔직히 이정도로 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였어도 2주만에 전체를 한바꾸 돌려는 생각은 안했을 것 같다.
당연하지만 2주만에(혹은 한달만에) 코테를 준비한다는 건 명백한 무리다(불가능하다고는 하지 않겠다).
근데 무리이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다. 난 또 뒤늦은 깨달음을 얻고 만 거다. 골드는 시작일 뿐이라는 걸... 응애골드라는 걸...
코테 카테고리를 한바퀴 돌지도 않았는데 골드가 되었다는 사실에 난 기쁨과 동시에 좌절을 맛봤다.
골드가 되기 이전에는 골드가 되면 '그래도 뭔가 좀 준비가 되는 거겠지?', '그때쯤이면 기업 코테에서도 꽤 가능성이 생기겠지?'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한바퀴에 얼마 걸렸나요
한달 반이 걸렸다. 일수로 따지면 41일쯤 걸린 것 같다. 중간에 설연휴가 있었던 걸 감안하면(그때는 못했다 인간적으로... 나도 챙길 가족이 있다고...), 삼십일 중반 정도 걸린 것 같다.
다 마치고 나니까 골드3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2다. 실버는 무난히 풀고 골드 5~3 정도는 좀 어렵거나 손이 많이 가서, 적당히 풀어볼 만한 과제이다.
프로그래머스는 아직 안 풀어봐서 모르겠는데, Lv3~4 정도 풀면 어려울 것 같다(풀 수 있다고는 안했다).
코테 언어로 python 말고 Java를 택했는데, 그건 잘한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민 할 시간에 머리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굴리는게 낫다. 다만 Java가 언매니지드기 때문에 진짜 간혹가다가 최적화의 벽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건 진짜 간혹이니까 그냥 피해가면 된다. 나같으면 Java할 줄 아는 사람이 python을 고민할거라면 차라리 cpp를 권하겠다.
한달 반 동안 코테 준비 하면서 얻은 것과 한계점
+ 자료구조 공부는 덤으로 잘했다.
+ 코테 마지노선은 넘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더 어려운 문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 그렇다고 네카라쿠배 뚫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도 아니다(적어도 플레 정도는 가서 그런 생각을 시작하자, 그리고 지금 채용 다 닫혔다).
- 다른 공부를 모두 놓아버리고 코테 준비만 했기 때문에, 정작 웹개발 지식이 많이 낯설기도 하다
+ 아. 이걸 빼면 안된다. 필요하게 될지 아닐지 잘 따져서, 필요하면 미리 조금씩 준비해두자는 뼈아픈 깨달음.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내가 가려던 회사들은 채용이 모조리 닫혀서 본의 아니게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다. ㅋㅋㅋ.
어쨌든. "한달이면 코테 준비 가능할까요?", "~~ 티어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등의 질문을 진짜 많이 보게 된다.
모른다. 개인 능력 따라 다르지 뭐. 근데 본인이 진짜 '빈손'인 상태라면, 한달동안 미친듯이 달린 뒤에야 남들과 똑같은 시작선상에 서게 될 수 있다는 것만 말해주고 싶다. 그 노력을 해서 시작을 할지 말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그리고 어떤 문제부터 풀지, 어떤 사람 강의 볼지 고민하느라 시간 쓰는 짓은 하지 않길 바란다.
어느 정도 공부할 순서만 정하고 그냥 닥치는대로 다 보고, 다 풀면 된다. '가장 좋은 한 가지'를 취하려는 계획은, 인생이 '그리디'라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정신차려라. 삶은 브루트포스야.
심지어 이 정도 열심히 했어도 필요한 만큼의 solved 수를 채울 수가 없었다(이전에 알고리즘 스터디를 이끌어주셨던 o_b:us님이 지나가듯, 400문제 이상 풀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나는 현재 220문제 가량밖에 못 풀었다.)
더 열심히 풀어야 한다. 뭐,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은, 그래도 요 정도까지 하고 난 다음에는, 매일 꾸준히 한두 문제씩 풀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발전이 있다고 느껴지는 점이다.
나는 뭔가 하기 전에 엄청 재고 따져보는 스타일인데, 1월은 좋은 쪽으로 나답지 않게 보낸 시간이었다. 흔히 말하는 '무대뽀' 식으로 보냈는데, 그래도 나름 배운 점이 있어 다행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 길로 들어온 거라면,
될지 말지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그 시간에 열심히 하자.
그런 생각을 조금이나마 얻었다.
근데 내 1월 어디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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